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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상인적 현실감각’ 필요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하승수
[2019-04-15 오전 8:19:33]
 
 
 

‘정치의 부재’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17일 더불어민주당과 야 3당 간에 합의된 선거제도 개혁안 패스트트랙은 표류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을 둘러싼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간의 이견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겉으로 드러난 것일 뿐이다.

민주당 국회의원들 중 상당수의 속마음은 선거제도 개혁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견을 좁힐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공수처도 바라지 않을 수 있다. 공수처가 만들어지면 국회의원도 수사대상이 되는데, 그것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공수처를 추진할 때에도 여당 국회의원들은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청와대는 ‘기소권 있는 공수처’가 되어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계속 유지하는 것 같다. 이런 상태는 ‘정치의 부재’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이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지를 고민하고, 어떻게든 현재보다 더 나은 상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싸우기도 해야 하지만, 협상도 하고 타협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정치를 해야 할 사람들이 정치를 하지 않으니 피곤한 것은 국민이다.

이미 개헌은 정쟁으로 흘러서 무산됐고, 선거제도 개혁과 검찰개혁조차 무산되면 촛불 이후에도 이 나라의 시스템은 바뀐 것이 없다. 돌아보면 개헌이 무산된 것도 ‘정치의 부재’ 때문이었다. 상대방이 진정성 없다고 탓하는 걸로 끝내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진정성이 없는 상대방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는 것이 정치다. 그런데 청와대와 여당은 권력구조에 대해 비타협적인 태도를 보였고, 그것은 결국 개헌의 무산으로 귀결됐다.

개혁 실패 후 어느 쪽 책임이 더 큰지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변화가 필요 없는 세력은 일이 안 돼도 관계없지만, 변화를 추구하는 세력은 일이 되도록 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이번엔 달라야 한다.

개인적으로 공수처가 기소권을 가지는게 바람직하다 생각하지만, 그것이 개혁 전체를 무산시켜도 좋을 만큼 절대적 가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를 펼쳤다. 274쪽을 보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고위공직자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수사를 하여 검찰에 이첩해 기소하게 하고, 만약 검찰이 부당하게 기소를 하지 않으면 법원이 기소를 강제하도록 재정신청을 하게 하는 제도”라고 적고 있다. 공수처가 수사권을 갖되, 1차적 기소권은 검찰이 갖는 형태를 생각한 것이다. 이것은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이 발의해 놓은 법안의 내용이기도 하다.

물론 그때와는 상황이 바뀌었다. 그때는 이 정도가 실현 가능한 최대치라고 봤을 수도 있다. 워낙 검찰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지금은 공수처가 기소권을 갖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어렵다면 차선이라도 택해야 한다. 아마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면, 설사 기소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일단 공수처를 만들려고 할 것이다. 검찰개혁이 완전 무산되는 것보다는 반보라도 전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선거제도 개혁도 마찬가지다. 노 전 대통령은 선거제도 개혁을 국가의 미래가 달린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보았다. <운명이다> 290쪽을 보면 이렇게 적고 있다.

“(지금의 선거제도에서는) 정책 개발보다는 다른 정당과 지도자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선거운동 방법이 된다. 모든 정당에서 강경파가 발언권을 장악한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발붙이기 어렵다. 국회의원을 대폭 물갈이해도 소용이 없다. 이것이 내가 20년 동안 경험한 대한민국 정치의 근본적인 문제였다.”

부천자치신문(kms08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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